2002년 첫 출시 이후 크록스는 패션 산업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제품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패션 테러리스트’, 누군가에게는 ‘힙한’,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언제든 간편하게 신을 수 있는 편안한 신발인 것이다.
2006년, 크록스는 패션 에디터들로부터 ‘어글리 슈즈’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IPO 규모로 나스닥에 상장된 성공적인 신발 회사로 성장하였다. 또한 작은 신발 액세서리 회사인 지비츠(Jibbitz)를 인수하여 현재도 크록스의 가장 큰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은 과히 크록스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2007년에 크록스 플랫슈즈를 신은 모습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록스는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결국 2009년,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
크록스의 컴백
크록스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160개의 소매점을 닫는 등 많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CEO 앤드류 리스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67% 성장한 23억 달러의 브랜드 수익 기록을 밝혔다. 1억 3,0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전 세계에 판매한 것으로, 2020년 대비 49% 증가한 것이다. 현재 크록스는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37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에르메스, 버켄스탁, 루이비통과 같은 브랜드에서 클로그 트렌드를 비롯한 여러 실내용 트렌드가 등장했다. 이러한 시기에 크록스는 셀럽, 인플루언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예를 들면, 존 시나는 2017년부터 크록스 캠페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이목을 끌었고, 저스틴 비버와 크록스가 팀을 이루어 2021년 3월에 출시된 드류 하우스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발렌시아가 외에도 플레저스, 차이나타운 마켓, 살레헤 벰버리 등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디자이너들도 협력하여 크록스 클로그를 선보였다.
착화감, 스타일, 혹은 못생김?
크록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본래 19세기 농부들이 신던 네덜란드 클로그(나막신)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클로그 실루엣은 13세기 일본의 나무로 만든 쪼리에서 착안되었다.
악어(Crocodile)에서 이름을 따온 크록스는 육지와 바다 모두에서 접지력, 보호 기능 및 성능에 중점을 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성인 및 아동용 사이즈 모두 통기성을 위해 정확히 13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여름 신발로 매우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신발이 더욱 탐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EVA(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로 특허받은 크로슬라이트(Croslite) 폼이 적용되어 가볍고 발에 꼭 맞게 밀착되는 편안한 착화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크록스가 아무리 실용적이라고 해도 모두가 크록스를 선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크록스가 아무리 편해도 바보처럼 보인다"라는 페이스북 그룹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불호의 줄다리기가 아이러니하게도 크록스가 유행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에게 지비츠 장식으로 자신의 신발을 DIY 할 수 있는 측면은 매우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평범한 것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유함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힙함과 편안한 착화감 이외에도, ‘크록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로는 ‘친환경’이 빠질 수 없다. 2021년, 크록스는 “지속 가능성 캠페인에 집중하여 공급망, 운영 및 제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는 사명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의류 연합(SAC)에 가입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순 제로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크록스는 2021년 말까지 지속 가능한 바이오 기반의 새로운 크로슬라이트 제품을 100% 비건 브랜드로 전환하고, 크로슬라이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45%를 재활용했다. 전체 제품의 85%는 상자 없이 판매되었으며,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9만 켤레를 기부하기도 했다.
크록스를 소유하고 신는 것이 이전 같으면 남다른 취향으로 여겨져 일종의 ‘길티 플레저’를 유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록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큰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더욱 자유롭게 크록스를 착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크록스 착용에 대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을 뿐더러,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