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이야기할 때 90년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90년대가 패션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대담하고 진보적인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오늘날까지 끝없는 영감이 되고 있다. 그 당시 패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홍콩은 다양한 패션 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조이스(JOYCE) 백화점은 요지 야마모토와 이세이 미야케 같은 혁신적인 브랜드가 입점해있었고 일본 세이부 (Seibu) 백화점과 레인 크로포드(Lane Crawford), 그린 피스(Green Peace), 디맙(D-mop) 등의 현지 매장들이 디젤, W<, 헬무트 랭, 꼼데가르송 셔츠와 같은 더욱 트렌디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었다. 패션 전문가 월리스 콴이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바로 이 특별한 시대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월리스는 여름방학 동안 모은 돈으로 첫 헬무트 랭 옷을 구입했다. 이 계기로 헬무트 랭은 월리스의 패션 뮤즈가 되었고 그 후 22년 동안 패션계에 몸을 담게 해준 첫 출발점이 되었다.
월리스 콴이 말하는 패션 그리고 그의 첫 헬무트 랭 구입으로 시작된 빈티지 컬렉션에 대해 파헤쳐 보자.
22년 패션 분야 전문가로서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고 느꼈나요?
“2001년 더블파크라는 로컬 체인점에서 패션 바이어로 일을 시작해 미국과 일본을 자주 오가고, 더블파크 서브 브랜드인 핑거크록스의 디자이너로도 경험을 쌓았어요. 2007년 홍콩 현지 브랜드인 :CHOCOOLAT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아 팀의 디자인, 생산, 크리에이티브 비전 및 홍보를 주도하게 되었죠. 또한 :CHOCOOLATE의 모기업인 I.T.의 상품 구매를 위해 파리를 오고 가며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이후 디젤에 인수된 후 메종 마르지엘라로 개명)의 전성기를 목격하기도 했고요. 마르지엘라가 홍콩 온란 스트리트에 첫 매장을 오픈했을 때부터 문을 닫았을 때까지 이 모든 변화와 과정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22년간 엄청난 변화를 목격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수집한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일보단 패션에 대한 열정이 컸던 것 같아요. 작년에 직장을 그만둔 후 옷장을 정리했는데 마치 제 인생 역사를 돌아보는 기분이었어요. 20대 때 저는 한참 디자인 공부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때 수집했던 옷들을 꺼내 보며 그 당시 틈새 브랜드였던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후세인 샬라얀, 마틴 마르지엘라, 오웬 개스터을 떠올렸고 제일 처음 구매했던 헬무트 랭은 계속 옷장에 잘 보관해 왔어요. DJ가 레코드판을 수집하듯 빈티지 제품은 제 패션 참고서가 되었죠.”
수집한 빈티지 제품이 디자이너로 작업할때 영감이 되었나요?
“디자이너로 일할때 90년대 옷의 패턴과 재단 아이디어도 너무 유용했고 디자이너의 인생철학과 콘셉트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것이 제가 제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주된 이유였던 것 같아요. 그들의 인터뷰를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마치 전기를 읽는 것 같아서 그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가늠해 볼 수 있었어요. 저는 그들이 선택한 원단과 재단에서 지금도 영감을 얻곤 하죠. 헬무트 랭의 밀리터리 재킷과 데님 청바지를 예로 들면 주머니의 배치, 워싱 처리, 심지어 흙빛 톤까지 매우 아방가르드하고 대담했어요.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헬무트 랭의 오랜 팬인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YEEZY)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빈티지 컬렉션에서 추천하고 싶은 제품들이 있다면?
“어릴 적 처음으로 구입한 헬무트 랭 셔츠에요. 90년대 콘셉트는 밀리터리 룩과 실용성을 잘 적용한 디자인이 특징이었어요. 숄더와 포켓 부분에 반사 테이프 디테일은 그 당시 굉장히 아방가르드 한 시도였어요. 헬무트 랭(오른쪽 사진)도 즐겨 입었던 제품이죠."
“1998년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컬렉션으로 출시된 이 리버서블 재킷은 안쪽 트림과 정교한 체크무늬 겉감이 돋보이는 제품이에요. 너무 애정 한 나머지 한 번도 착용한 적 없이 아껴둔 아이템이에요.”
"이 알렉산더 맥퀸 재킷은 타이어 프린트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1997년 봄/여름 시즌에 출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이템입니다. 최근 패션 트렌드를 보면 짧은 재킷이 다시 유행하는 등 시대를 초월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죠."
“업무로 일본 출장이 있는 날에는 꼭 RAG TAG라는 중고 판매점을 들러 꼼데가르송 옷을 사곤 했어요. 밀레니엄 무렵에 구입한 옴므 컬렉션 제품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 고유의 클래식함을 잃지 않았어요.”
"2007년 비즈빔(visvim)이 홍콩 온란 스트리트에 매장을 열었어요. 2010년 가을/겨울 시즌에 이 고어텍스 윈드 스토퍼 말가죽 재킷을 구입했는데 재킷 안쪽 라벨에 창립자 나카무라 히로키가 직접 서명한 품질 보증서가 붙어 있어요. 정말 귀한 아이템이죠."
요즘 빈티지 제품이 다시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아카이브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90년대 패션 디자인은 기술과 규범에 의해 제약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매 시즌 전체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죠. 반면 요즘은 브랜드를 시작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그만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어요. 현재 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콘셉트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니크함과 희소성을 위해선 레트로나 빈티지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어있죠.”
월리스 콴의 빈티지 컬렉션은 그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HBX 아카이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HBX 코즈웨이베이 하이산 플레이스 매장에서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HBX 코스웨이베이 매장 주소: Shop B113 & 115, Basement 1, Hysan Place, 500 Hennessy Road, Hong 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