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살고 있다면, 제리 하하(Jerry Haha)가 기획한 브랜딩 캠페인을 지나치거나 그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홍콩의 크리에이티브 씬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근한 느낌을 들게 한다. 때로는 수천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번화한 도시 같고, 때로는 모두가 서로 알고 있는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기듯 말이다. 전통과 현대가 얽혀 있는 이 도시에서, 제리와 같은 유니크한 모든 사람은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리를 한 가지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Artificial Dust를 창업한 이후, 문화적 관습을 깨고 예술적 경계를 넘는 시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대, 도시, 서브컬처에서 영감을 받아 이들을 조합하여 독특한 청춘 비전을 선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절친한 친구이자 떠오르는 아티스트인 가레스 통(Gareth Tong)과 함께한 스타일링 작업을 보면 (제리는 본인을 스타일리스트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25세의 이 크리에이티브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거리낌이 없다. 파우더 핑크 샤넬이나 카고 팬츠 위에 레이어드한 스커트.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스타일링으로 즐거움을 불어넣고 동시에 관습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리는 앤드로지너스 룩, 즉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외모로도 유명하다(미우미우 전신룩 참조). 그는 관습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무엇이 남성복이고 무엇이 여성복인지에 대한 전통적인 규범을 깨뜨리고 있다. 특히 서구 국가보다 비교적 보수적인 홍콩에서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옷일 뿐이죠." 라는 제리의 당당한 발언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제리는 모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링 팁을 공유하여,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서 제리 하하가 제안하는 힐 부츠 스타일링 방법에 대한 에디토리얼은 아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고 있는 일이 다양하네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제작,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및 컨설팅이에요. 그리고 또한 저는 DJ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웃음]
꽤 앤드로지너스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는데요. 남성복과 여성복에 대한 관습적인 정의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요?
요즘은 그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성복이냐 여성복이냐 실제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옷인 거죠. 좋은 것은 좋은 거고, 맞는 것은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힐 부츠 스타일링으로 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좀 더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 있을까요?
다양한 텍스처를 활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종종 스타일링 요소로서 텍스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텍스처는 제 스타일링 철학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마르지엘라 타비 힐 부츠와 같은 클래식한 실루엣의 경우, 좀 더 개성 있는 스타일링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단지 정장에 화려한 신발을 더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고 어떻게 신발을 더욱 강조할 수 있을지 보는거죠. 그래서 퍼프 실루엣, 레이어드된 상의, 그리고 다양한 텍스처와 형태를 활용하곤 해요. 이런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재밌어요. 특히 신발의 경우, 더욱 다양한 스타일링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어서 좋아요.
힐을 한번도 신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힐을 한 번도 신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제 조언은 올바른 양말을 착용하거나 아예 양말을 착용하지 않는 거예요. [웃음] 대부분 신발은 시간을 두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길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가죽 신발일 경우 더욱 그렇죠. 신발을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신발은 신을수록 멋스러움이 묻어나온다 생각해요.
신발을 두고 여성용, 남성용을 따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신발은 그냥 신발이에요. 개인적으로 일상복에 화려한 힐 부츠를 매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조합 중 하나는 프라다와 유니클로에요. 오프 화이트 x 나이키 러닝 쇼츠에 마르지엘라 타비를 더하는 느낌이랄까요. 고급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조화롭게 섞고 대비를 이루는 거죠. 너무 애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기세요.
본인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궁금해요. 패션 스타일링 할 때, 본인만의 고유한 스타일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저에게 있어 스타일이나 패션은 단순히 사람들이 어떻게 옷을 입는지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감상하고 예술 작품을 즐기며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제 스타일의 기반이 되었어요. 음악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고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해요. 90년대 밴드, 하드코어, 펑크 같은 음악에서 스타일을 많이 참고하고, 그 지식을 활용해서 나만의 스타일에 빈티지와 현대적인 요소를 조합해요. 나름 미래의 빈티지라 할 수 있죠.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 사람들에게 스타일링을 많이 해주는 편은 아니에요. 저 스스로도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기 어려운 게, 딱히 스타일링 작업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저 친구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스타일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또 어울리는지 여부를 알려줄 뿐이에요. 스타일링 자체는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라서 정말 그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전부에요. 원하는 스타일을 듣고 그에 맞는 옷을 제시하거나, 제가 옷을 직접 가져와서 “이걸 입어야 해”라고 하는 방식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에는 멋지게 보일 수 있을 지 몰라도, 벗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거든요. 전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같이 일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이후에는 그들이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원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정체성과 더 관련이 있겠네요.
네, 100% 맞아요. 특히 우리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개성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한 거 같아요.
홍콩의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크리에이티브로 일하면서 느꼈던 독특한 측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홍콩이 패션 도시로 잘 알려진 것은 아니에요. 이곳은 돈이 집중되는 곳이죠. 은행, 회계, 숫자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직은 블루오션이라 그런지, 우리에게는 원하는 대로 도전해 볼 기회가 더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와서 어떤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홍콩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오, 이건 좀 신선한데?" 홍콩 사람들은 꽤 오픈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냥 모르는 것 같아요. 유니섹스와 여성복을 입는 것과 같은 건데, 보여주기 전까지는 이해를 못 하죠.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알게 되면 감정이 일어나요. 제 작업으로 그 감정을 일으키고 싶어요. 좋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패션에 관련해서 가장 영감을 준 도시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확실히 일본이요. 제가 봤을 때, 일본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외국에서 들여온 것을 자신들만의 정체성으로 편입시키는 데에 뛰어나요. 외부에서 온 것을 재해석하고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인 거죠. 이런 부분은 정말 대단하다 생각하고, 창의성의 한 모습이라고 봐요.
평생 한 브랜드만 입을 수 있다면, 어떤 브랜드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아워 레가시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단순한 옷을 만들지만, 그들의 커팅과 실루엣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티셔츠도 아워 레가시 제품이에요. 단순한 무지 싱글 스티치 티셔츠인데, 꽤 얇고 심플한 티셔츠인데도 그 실루엣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저로서는 옷이 어떻게 사람의 몸에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져야 하는지, 또 셔츠의 드레이핑이나 청바지의 완벽한 기장 같은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세심한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좋아해요. 모든 것은 비율에 달려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