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하다'의 어원인 'Sneak'에서 시작된 스니커즈는 어느새 패션은 물론 사회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를 잠식한 아이템이 되었다. 스니커즈 문화의 시작이자 수학의 정석과 같은 존재인 나이키의 전설적인 모델 에어 조던 1은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신발 전문 제조업체인 국제 상사와 동양고무에서 공식적으로는 1985년에 시판용 모델을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부산에서 제작된 에어 조던 1의 몇몇 모델의 미드솔 아랫면에는 '최고의 품질을!.'이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당시 에어 조던 1 생산을 담당하던 업체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생산자들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스니커즈의 어원에서부터 1985년 부산의 에어 조던 1 제조 업체의 이야기까지 이 방대한 아카이브를 담아 스니커즈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싱가포르 기반의 브랜드 폭스트롯 유니폼(Foxtrot Uniform)이 HBX와 함께 '최고의 품질을!' 독점 컬렉션을 발매한다. HBX가 발매에 앞서 집요할 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폭스트롯 유니폼 팀을 만나 싱가포르의 스니커즈 문화와 80년대 부산의 한 신발 제작 공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Yo Fox! 폭스트롯 유니폼 소개 부탁해요.
Yo Fox!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우리는 오리지널 하드웨어, 도구 및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커뮤니티 솔루션 회사에요. 빈티지 스니커즈 디자인 요소를 분해하고 분석해 사람들이 네오-빈티지 스타일로 자신만의 스니커즈를 맞춤 제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비주얼 아카이브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기여하고 있죠.
스니커즈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마이클 조던은 제게 스니커즈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었어요. 농구 코트에서 공중에 떠 있는 그의 움직임은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우아하고 멋졌죠. 제가 스케이트 보더여서 그런지, 파웰(Powell)의 본스 브리게이드(bones brigade) 팀의 공중 트릭을 보면서 마이클 조던의 움직임을 연상하곤 했어요. 더불어, 파웰 팀의 대부분 보더들이 조던을 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두 가지 매력이 합쳐 스니커즈에 대한 평생의 열정이 시작되었어요.
폭스트롯 유니폼 제품을 보면 스니커즈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가 있어요. 싱가포르에서 스니커즈 문화나 커뮤니티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해요.
스케이트 보더로서 제 운동화는 늘 빨리 닳았기 때문에 새 운동화가 항상 필요했어요. 그러나 인터넷이 없는 시절이어서, 당시에는 일본 잡지 ‘분(Boon)’과 같은 매체를 통해 오리지널 농구화에 대한 열망만 안고 있었어요. 1996-97년경, 스니커즈 문화가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스니커즈 마니아는 소수였어요. 벼룩시장에서도 빈티지 스니커즈를 찾을 수 있었고, 저는 심지어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에어 맥스 95를 구한 경험도 있었죠. 생각해 보니, 구멍가게에서 꽤 인기 있는 빈티지 스니커즈를 구하기도 했네요.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또, 해외 모델 중에서도 에어 쉐이크(Air Shake), 에어 바킨(Air Bakin), 에어 웜(Air Worm) 등 싱가포르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수입 판매하는 매장이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운영하는 병행 수입 매장이었어요. 정말 멋졌던 것 같아요.

시판용 제품에서 완벽함을 찾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폭스트롯 유니폼은 스니커헤드가 보다 쉽게 커스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브랜드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80년대 스니커즈를 특히 좋아해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저만의 아카이브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스니커즈를 찾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제대로 된 슈레이스를 갖춘 빈티지 스니커즈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35년 된 에어 조던 1 로얄 블루의 슈레이스가 어떻게 보라색으로 변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 호기심으로 염색 실험과 80년대 슈레이스의 직조 연구를 해보게 되었어요.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슈레이스를 만들었고, 공장에서 더 많은 슈레이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빈티지 애호가들에게만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빈티지 열풍이 일어나면서 수요가 대폭 상승하더고요. 정말 감사하게도, 덕분에 스니커즈 스테이너와 같은 다른 제품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뮤니티에게 네오-빈티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에요.
폭스트롯 유니폼의 소셜 콘텐츠를 보면 80년대 나이키 TV 광고부터 북미의 작은 지역 신문 광고 이미지 등 이들을 수집하는 능력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이런 오래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텐데, 아카이브를 찾는 과정과 찾게 된 동기가 궁금하네요.
80년대 사람으로서, 그 시대만의 광고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요. 이번 브랜드 콘텐츠 제작에서도 저희는 브랜드 이미지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유치하면서도 재밌는 그 시대 광고 느낌을 의도적으로 녹여냈죠. 아카이브 자료를 찾는 과정은 @goodbirger의 수고로운 작업 덕분에 많이 수월했어요. 그는 도서관 기록 보관소에서 신문을 스크랩하고 스캔하여 수집하는 등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며 상당한 출처를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했는데, 이런 작업을 ‘digital thrifting’, 즉 ‘디지털 기록 발굴’이라 하더군요. 그가 진정한 빈티지 자료 스크랩의 달인이죠.

이번에 HBX와 협력하여 선보이는 ‘최고의 품질을!’ 독점 컬렉션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이 독점 컬렉션의 시작은 빈티지 조던 1 한 켤레에서 시작했어요. 밑창 교체 작업 중 한글과 비슷한 문구를 발견했는데, 다른 복원자의 한글 글씨를 보았던 적이 있었던만큼, 이번에 직접 찾아낸 것이 더욱 놀라웠어요.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더니, 한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줬고, 한글 글꼴 분석과 문구 번역을 도와줬어요. 한동안 화제가 되었죠. 우리는 이 중요한 발견을 공유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인솔에 한글 문구를 넣어볼까 생각했지만, 더 눈에 잘 띄는 쪽을 선택해 양말에 넣기로 결정했어요. 초기 양말 디자인은 클래식한 블록 모양의 에어 조던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는데, HBX에 독점으로 발매되는 이번 제품은 조던 1 밑창에서 발견한 원본 한글 문구를 그대로 보여주는 새로운 버전의 양말을 만들었어요.
‘최고의 품질을!’ 원본 문구를 가진 조던 1은 현재 다양한 플랫폼의 리셀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그 조던 1을 생산한 부산 제조업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조던 1은 1980-90년대에 제작된 건데, 원본 한글 문구와 함께 이 스니커즈를 찍어낸 부산 신발 제조업체와 함께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2000년대 초반, 이베이에서 SANGS 한 켤레를 70달러에 산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다양한 사이즈가 있을 정도로 흔했어요. 지금은 래퍼 릴 야티 덕에 SANGS 인기가 올라가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어요. 물론, 저렴한 소재로 만들어져 뻣뻣하고 착용감도 좋지 않아서 굳이 고가의 리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컬렉션의 일부로 넣고 싶어 하죠. 모두 역사의 한 조각을 대표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
스니커즈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카테고리로 비주얼 아카이브를 확장해 나가는 거에요.
본 컬렉션은 3월 23일 한국시간 오후 10시 HBX에 독점으로 발매됩니다.
https://hbx.com/kr/men/brands/foxtrot-uni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