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에 론칭된 HBX 아카이브는 패션에서부터 스트리트웨어의 레어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필수 즐겨찾기 페이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구찌와 같은 브랜드부터 사카이, 버버리까지, 유행 아이템들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고는 한다.
ARTIFACTS는 빈티지 컬렉터들이 소위 그들의 발자취라고 부르는 애장품에 담긴 이야기를 집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를 위해 레어템 발굴에 뛰어나고 세월이 담긴 물건들에 대해 애정을 가진 앰브로즈 렁(Ambrose Leung)과 대화를 나눴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나요?
제 이름은 앰브로즈이고, 하입비스트의 에디토리얼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필립 스탁이 디자인하고 이탈리아 CIVE가 제작한 유리 조각입니다. 1994년에 페닌슐라 홍콩과 FELIX 레스토랑의 1994년 증축을 기념하여 발매되었던 제품인데요. 바닥이 울퉁불퉁하지만 다양한 각도로 회전할 수 있으며, 이 인공 사과를 담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언제 어디에서 이것을 구했나요?
단종된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해서 몇 년 전에 구입했는데, 보자마자 뭔가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제 인생에 있어 디깅(Digging)은 항상 삶의 일부였어요. 팬데믹 이전에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항상 무언가 샀어요. 하지만 한동안 이 도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는데요. 홍콩에 오시게 된다면 앤티크 빈티지 문화가 근래 한 10년 정도에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홍콩에 있는 한 판매자가 호텔 오픈 당시 이 아이템을 구해서 집에 방치하다 처분하려고 했어요. 필립 스탁의 팬인 저는 그 판매자가 소장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분에게 이 아이템을 구매해서 그 제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갖다 두었어요.
이 애장품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제품의 디자인은 일반적 기준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필립 스탁의 작업물을 좋아해요. 대부분의 과일 그릇은 여러 과일을 담는데, 이 조각의 경우 진짜도 아닌 심지어 인공 사과 단 하나를 위한 홈이 있다는 것 자체로 “예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런 아이템은 집에 두는 것만으로도 어떤 만족감을 주지만 개인적으로 옷은 이정도까지의 만족감을 주지 않아요.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옷을 입는다기 보다 옷을 입어야 해서 차려입는 지점에 이르렀으니까. 하지만 이 애장품은 온전히 나 혼자서 즐길 수 있어요.
심즈(SIMS)라는 게임을 해본 적 있나요? 게임 속의 모티브 차트와 비슷해요. 배고픈 상태, 대인 관계 능력, 볼일 상태 등의 요소가 있고, 그 아래는 방과 환경을 위한 바 그래프 차트에 있죠. 이 아이템의 경우 내게 그 바를 충전하고 그날에 대한 긍정의 힘을 줘요.
이 애장품에 담긴 중요한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작품은 필립 스탁과, FELIX 레스토랑과 페닌슐라 호텔, 홍콩, 내 부모님, 그리고 우리 집안의 어르신들 등과 연관되어 있어요.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처럼 계속 얘기할 수 있어요.
그냥 하나의 조각품일 뿐이지만,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한데, 특히 유명한 호텔과 결부되어 그 상징성이 강화되요. 이 호텔은 홍콩의 상징이에요. 거의 1세기 동안 서 있었고, 2차 세계대전에도 살아남았으며 그 오랜 기간 동안 그 퀄리티를 유지했어요. 너무 비싸서 이 호텔에서 자주 머무르기는 어렵지만 호텔의 한 “조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에 버금가는 특별함을 줘요.
캐나다에서 태어난 저는 캐나다가 홍콩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내 고향 지역인 뉴 브런즈윅에 캐나다 예비군(The Royal Rifles)이 복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동부 출신이라 홍콩에서 동떨어진 기분이 들기 쉬운데, 이 작은 정보가 언제나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어요.
또 다른 점은 이 호텔이 동서양이 조합된 형태이며 홍콩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는 것에요. 해외에서 태어난 중국인 부모를 가진 사람에게 이런 점은 개인적이고 센티한 에너지를 이 조각에 결부시키게 되요.
혹시 판매할 생각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추억을 위해 과거의 것들을 좀 놓아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세월과 함께 놔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터라, 이걸 팔지 말지 고민 중이에요.
주변에 수소문을 해보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볼지도 몰라요. 다만 이 애장품의 다음 주인은 저만큼(혹은 저보다 더) 이 아이템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요.
다음으로 보고 싶은 애장품이 있다면, 누구의 작품인가요?
홍콩에 대한 주제가 담긴 애장품을 보고 싶어요. 저는 홍콩이 매력적이지만, 역사가 유구해서 자주 회자되지 않는 것에 종종 안타까움을 느껴요. 그런 의미에서 Juno Mak이나 Kenji Wong과 같은 사람들의 소장품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