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마틴 석사과정을 졸업한 리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창조적 비전은 오늘날 패션계에서도 여전히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2021년을 예로 들면, 그가 디자인한 Y2K 로우 라이즈 팬츠는 ‘오프 듀티 룩(Off-Duty Look)’으로 유행했고, 버질 아블로의 2021 봄, 여름 루이 비통 쇼에서는 킬트를 디자인 영감으로 삼았다. 골반이 드러나는 맥퀸의 범스터 팬츠와 스코틀랜드를 연상시키는 그의 타탄체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하입비스트는 고인이 된 위대한 디자이너 맥퀸을 추모하기 위해 컬렉터 존 매더슨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mcqueen_vault에는 잡지 스크랩부터 의상 디자인까지 맥퀸의 삶의 모든 부분이 기록되고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26년 이상 매더슨의 아카이브는 맥퀸의 충실한 팬층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친구, 그리고 독특했던 이전 공동 협업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매더슨과 맥퀸은 패션 이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 둘은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오늘날보다 보수적인 시대에서 자랐으며, 다른 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996년 맥퀸의 가을, 겨울 컬렉션 ‘단테(Dante)’를 보았을 때, 매더슨의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이 사람은 뭔가 안다”였다. 이것이 맥퀸에 대한 매더슨의 첫인상이었다.
“그의 작품은 최고의 스토리텔링 같았어요.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같으면서 매우 반항적이기도 하죠”. 매더슨은 계속해서 맥퀸의 작품이 어떻게 그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 맥퀸은 정말 사회 논리에 지배받지 않는 반항아였어요”.
박해는 고인이 된 인습타파 주의자가 평생 탐구한 주제로, 가장 악명 높은 예는 바로 1995년 가을, 겨울 ‘하이랜드 레이프(Highland Rape)’ 컬렉션이다.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사이에 영국 지주들이 스코틀랜드인들을 강제 퇴거시킨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피투성이 같은 옷을 흐트러지게 입은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이 쇼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패션계에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이어 존 갈리아노의 후임으로 지방시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되는 등 새로운 문을 여는 기회를 주었다.
가슴 뛰는 역사적 사건들을 인용하는 것 외에도 영화는 맥퀸에게 있어서 초현실적이고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주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맥퀸은 영화와 예술 작품에서 대중문화의 순간들을 필터링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능숙한 사람"이라고 매더슨은 말했다. 주목할 만한 예로는 연극 묘사가 들어간 컬렉션으로 2004년 봄, 여름 ‘구출(Deliverance)’이었다. 시드니 폴락의 1969년 영화 <그들은 말을 쏘았다>에서 착상을 얻은 작품으로 세계 공황 시대에 적은 수입에도 탈진될 때까지 춤을 추는 댄서들을 담은 댄스 마라톤 대회를 구현해 내었다. 또한, 1995년 봄, 여름의 ‘새(The Birds)’와 2005년 가을, 겨울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컬렉션에서 볼 수 있듯이, 맥퀸에게 있어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은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었다. 맥퀸은 역사나 대중문화에 애착을 둔 최초이자 유일한 패션 디자이너는 아니었지만, 매더슨이 말했듯이, 그는 “모든 작품에 맥퀸다움을 담아낼 만큼 영리"했다.
매더슨은 몰입감 있는 맥퀸의 이야기와 더불어 고인이 된 그의 세계관과 세계 구축에 대한 열정도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맥퀸은 “컬렉션의 모든 요소와 모든 참가자를 고려하는 디자이너"였다. 맥퀸의 포용력 넓은 모습에 대해서는 그 밖에도 많은 인물이 증언하고 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잉글랜드가 데이즈드 매거진에서 말했듯, 1999년 봄, 여름 ‘No. 13’ 쇼에서 모델의 편안함과 팀의 비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은 맥퀸의 최우선 순위였다. 또한, 주얼리 디자이너 숀 린은 어나더 매거진에서 맥퀸은 자신에게 무한하고 자유로운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 인물이었으며, 그의 존재는 새롭고 대담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패션계는 빠른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상업주의의 부상과 패션의 균질화는 레이 카와쿠보, 헬무트 랭, 미우치아 프라다, 존 갈리아노 등 맥퀸과 같은 과거의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그룹을 양성했다. 매더슨에 의하면,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탄생한 컬처 붐은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패션계에서는 그들처럼 패션과 문화에 막강한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인재를 점점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현대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여전히 실제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패션 업계의 다양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증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공 디자이너 테베 마구구는 자신의 가족과 생활에서 착상을 얻어 선보인 2022년 봄, 여름 ‘지니올로지(Genealogy)’ 컬렉션으로 매더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디자인 콘셉트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제가 맥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컬렉터 경력 27년째에 접어들어 가는 지금도 매더슨은 여전히 컬렉션 탐구에 매력을 느끼며, 고인이 된 디자이너의 작품의 역사적 중요성을 계속 구축해 나가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통칭 LACMA)은 맥퀸을 주제로 한 ‘리 알렉산더 맥퀸: 마인드, 신화, 뮤즈' 전시회를 공동 주최하기 위해 매더슨을 영입했다. “가장 즐거웠던 작업 중 하나”라고 말한 매더슨은 이번 협업에서 전형적인 디자이너 회고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LACMA은 환경주의와 원단 소싱, 다양한 섬유 사용과 자수에 이르기까지 맥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를 엄선했다. 매더슨은 이번 알렉산더 맥퀸 전시회에 대해 “작품의 맥락을 탐구하는 것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현대의 문화적 관점을 통한 맥퀸의 작품과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LACMA에서 열린 ‘리 알렉산더 맥퀸: 마인드, 신화, 뮤즈’ 전시회는 2022년 10월 9일까지 열린다.